독일에서의 삶, Living in Germany

[핸드폰 적게 사용하기] 사색과 감사를 잊어버린 날들 본문

독일에서의 일상

[핸드폰 적게 사용하기] 사색과 감사를 잊어버린 날들

쉔쉔 2020. 7. 26. 06:11
728x90

그간 핸드폰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그동안 핸드폰은 내가 싸워서 이겨아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핸드폰은 싸우면 안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왜냐하면 나는 핸드폰에 상대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핸드폰을 상대하고자 했던 내가 어리석었다. 핸드폰을 손에 잡으면 ‘잠깐만 해야지, 이것만 보고 꺼야지.’ 등등의 다짐은 이내 사라진다. 그리고 아주 늦게 까지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결국 나는 핸드폰과의 싸움에서 언제나 패배하고 말았다. 핸드폰을 손에 잡고 눈을 돌릴 수 없는 영상들을 접하기 시작하면 벌써 진 거나 다름없다. 핸드폰과의 싸움에서 언제나 져왔기에 앞으로도 질 것이다. 그리고 핸드폰을 하기 전에 이미 핸드폰에 집어 삼켜진 나를 보게 된다. 그러면 그 순간 핸드폰을 잡고 싶은 마음은 반 이상 날아간다. 이런 인식의 전환은 대단히 중요하다. 핸드폰과 어떻게 싸워서 이길 것인가에 대한 내면의 논쟁은 불필요하다. 99%가 아니고 100% 지는 싸움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특이점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핸드폰의 영상 프로그램들은 자신도 모르게 다음 영상을 보게끔 한다. 얼마 전에 유튜브 프리미엄이라는 상품에서 대학생들을 위한 특별상품을 좀 더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는 걸 보았다. 과연 이 상품이 대학생들의 학업을 위해 만들어진 것일까? 광고 없이 유튜브의 영상들을 무제한으로 볼 수 있다는 건 대단히 재밌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학생들의 삶을 망쳐놓는 상품임에 틀림없다. 유튜브에도 유익하고 학업에 도움이 되는 영상들이 매우 많겠지만 과연 그것들로만 유튜브를 이용할 수 있을까? 나는 이점에대해 비관적으로 생각한다. 학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색은 핸드폰이 대신해 줄 수 없다. 다른 이들을 만든 영상들을 통해 순간 통찰력을 얻을 수는 있을지 모르나 그 통찰력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어떤 리스크가 있는지 등등의 사색은 핸드폰을 꺼야 비로소 가능하다. 아마 인터넷 상의 영상들은 대부분 통찰을 가져다주기 보다는 사색을 멈추게 할 것이다. 핸드폰 중독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벗어날 수 없다. 싸움이 불가능하다. 무조건 지는 싸움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핸드폰만 붙들고 살 수는 없다. 그럼 어떻게 할까? 아예 하지 않는 편이 제일 좋다. 왜냐하면 핸드폰을 ‘잠깐만’ 가지고 놀 수는 절대 없다. 잡는 순간 끝이다. 그래서 아예 잡지 않는 편이 가장 좋다. 핸드폰과의 싸움은 지는 싸움이며 밤늦게까지 핸드폰을 붙들고 있는 나 자신을 생각한다. 그리고 그 여파가 며칠 동안 지속돼서 다시 핸드폰을 잡지 않기 까지 상당한 날들이 무의미하게 지나가야 한다는 것도 생각한다.

그리고 동시에 핸드폰을 하지 않음으로써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주변 정리, 독서, 일기 쓰기, 운동, 사색 등을 할 수 있다. 그리고 훨씬 빨리 잠자리에 들 수 있고, 질 높은 수면을 취할 수 있다. 그에 따라 기분 좋은 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 핸드폰을 하지 않음으로써 무엇보다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충분히 갖게 된다. 감사 제목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핸드폰을 하면서는 주체적으로 생각하기 어렵다. 핸드폰이 내게 제시하는 영상들에 따라 생각하거나 생각을 중지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다음 화면에 따라 이전 생각은 금방 내 머릿속을 떠나버린다. 사색을 지속할 수 없고, 감사 제목을 쉽게 찾을 수 없다. 서서히 뇌와 마음은 망가진다. 핸드폰을 하지 않음으로써 사색하고 감사할 거리를 찾는 일은 내 마음에 편안함을 준다. 그리고 이 시간에 만족하게 된다. 그저 이 시간에 감사하게 된다. 사색과 감사를 잊어버린 날들은 곧 핸드폰을 사용하는 날들과 직결되지 않을까 싶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