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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적게 사용하기] D+17, 무미건조하지만 풍성함을 주는 일상으로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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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적게 사용하기] D+17, 무미건조하지만 풍성함을 주는 일상으로

쉔쉔 2020. 7. 2.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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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나기!”
오늘은 스마트폰으로 무의미한 시간을 많이 가졌다. 그 원인에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보니 자잘하게 쓸데없이 핸드폰을 사용했던 게 가장 큰 원인이었다.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후로 어제까지와 오늘이 다른 점은 없었다. 다만 핸드폰을 많이 썼다는 점이다. 그래도 오늘은 반성이라도 하게 돼서 다행이다. 문제점이 무엇인지, 원인이 무엇인지 반추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나는 머릿 속에 강하게 남은 이미지들과 싸워야 한다. 핸드폰을 통해 나에게 들어온 강력한 이미지들 말이다. 전에 한번 일기장에 비슷한 내용을 올린 적이 있다. 핸드폰을 하다보면 도중에 멈추기가 힘들고, 멈추고 나서도 계속 핸드폰 생각이 나는 이유가 바로 그 이미지들 때문이다. 그 잔재들은 너무 강해서 스마트폰 사용에 대해 그동안 구축해온 높은 기준들을 단번에 무너뜨릴 수 있다. 무거운 벽돌들을 쌓아올리는 건 매우 고되지만 무너질 때는 너무나 쉽게 단번에 무너진다. 무너진 벽돌들을 그대로 두고 다시 쌓아올릴 수는 없다. 우선 무너져 깨져버린 벽돌들을 잘 치워내야 한다. 그래야 다시 튼튼하게 기준이라는 벽돌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왜 별로 좋지 못한 것은 언제나 달콤함을 줄까? 아니, 질문을 다시 수정해보자. 왜 별로 좋지 못한 것은 언제나 달콤하게 느껴질까? 채근담이라는 고전을 과거에 읽은 적이 있다. 채근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다시피 나무 잎이나 뿌리처럼 별로 달콤하지 않고 어쩌면 쓰기만 한 음식들이 삶에 보다 중요하다는 걸 제목에서부터 말하고 있다. 달콤함을 주는 것 같은 일들보다 그런 것들이 없이 무미건조하고 별로 요동치지 않는 일상이 인간의 삶을 영위하는데 더 필요하다는 걸 인생의 선배들은 이야기한다. 실제로 스마트폰을 최소한으로 사용하는 삶은 매우 무미건조했다. 아무 맛도 나지 않는 생식을 꼬박꼬박 챙겨먹는 것 같은 느낌이 순간순간 들었다. 하지만 내 삶에서 놓쳐서는 안되는 것들을 대부분 놓치지 않고 살 수 있었다. 스마트폰을 하지 않는 삶이 확실히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길이라는 걸 항상 재확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켠에는 달콤함이 주는 유혹이 항상 자리하고 있었다. 어쨌거나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에게 스마트폰은 없는 편이 가장 낫다. 스마트폰으로부터 빠져나오는데도 나에겐 상당한 에너지와 시간이 필요하다. 하고 싶은 걸 모두 하면서 살 수는 없다. 아침에는 해가 떠서 온 세상이 밝고, 저녁에 어두워지는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호흡이 언젠간 멈추게 되는 것에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 별로 맛 없는 뿌리와 잎사귀를 항상 섭취해야 하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동시에 달콤함이 주는 유혹이 우리 곁을 떠나지 않고 주변을 언제나 맴도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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