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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적게 사용하기] D+15, 익숙해짐은 독일까?

쉔쉔 2020. 6. 30.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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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나기!”
어젯밤에는 정말 스마트폰이 하고 싶었다. 자기 전에 샤워를 하면서도 그 마음이 가시질 않았는데 문득 그것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스마트폰에 대한 마음을 이겨낼 수 있었다.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에 대한 생각에서 대부분을 차지했던 건 그간의 경험을 떠올린 것이었다. 특히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얻은 좋은 경험들이 큰 힘이 됐다. 동시에 잠깐만 쉬면서 하려했던 스마트폰을 결국 밤늦은 시간까지 붙들고 있게 되면서 결국 자제하지 못하던 내 모습도 떠올랐다. 그런데 분명 스마트폰을 줄임으로써 얻게 된 좋은 점들이 더 많이 떠올랐다. 이전보다 더 잘 살고 있는 느낌이랄까?

오늘은 블로그에 잠깐이라도 들어와보고 싶어서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렸었다. 블로그가 스마트폰을 하기 위한 새로운 통로가 되고 있는 것 같았다. 블로그는 말 그대로 자기 전에 하루를 반성하고, 독일에 대한 지식을 부족하지만 공유하기 위해 하기 시작한 것인데 원래의 취지가 무색해지면 안된다. 방문자 수가 궁금하고, 방문자들이 어떤 키워드로 블로그를 방문하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하면서 스마트폰에 기웃거렸던 것이다. 여기에 매달리는 것도 내게는 그다지 중요한 일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렇다고 내가 블로그를 수십 분동안 확인하고 있는 건 아니다. 1분 정도 되는 시간일까? 정말 잠깐 확인하고 끄는데 무슨 문제가 있을까 하지만 이 잠깐의 행위가 보다 큰 문제를 불러일으킬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다. 왜냐하면 이 잠깐의 행동으로 인해 마음이 서서히 해이해지는 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를 그만두려는 마음이 전보다 더 자주 일어난다.

생각해보니 오랜만에 반려식물들을 바라보는 것 같다.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면서 갈데 없어진 내 시선을 받아준 식물들 덕에 잘 이겨냈었는데 그새 식물들의 존재가 내게 익숙해지면서 그들을 쳐다보는 시간도 줄어들었던 것이다. 익숙해지는 건 한편으론 좋은 일이지만 다른 한편으론 경계해야할 일이다. 이 프로젝트도 2주가 지나면서 내게 익숙해졌고,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일도 익숙해졌다. 식물들을 바라보는 일도 익숙해지니 새로울 것 없이 바라보았다. 며칠 전에 하루의 매순간 의미를 발견해보자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했건만 그걸 잊고 말았다. 하지만 감사한 건 이 일기를 통해 하루를 반성하면서 익숙해지는 것들에 대해 새삼스럽게 떠올릴 수 있었다는 점이다. 사실 어제와 같은 오늘은 없다. 방금 전과 똑같은 지금은 없다. 바로 지금 이 순간과 똑같은 잠시 후는 없다. 언제나 어디서나 새로움의 연속인데 그 새로움을 발견하지 못하고 충분히 익숙해졌다고 생각하는 건 대체 어디서 오는 자신감일까? 내일은 좀 더 반려식물들을 자세하게 들여다봐야겠다. 그리고 창 밖 풍경들도 오늘과 뭐가 다른지 한번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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