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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적게 사용하기] D+6, 집중할 거리 찾기!

쉔쉔 2020. 6. 21.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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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나기!”
여섯 째 날이다. 스마트폰 없이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특히 혼자 있는 시간에, 가만히 앉아서 쉬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삶의 질을 전과 비교하자면 월등하게 나아졌다. 어제 지난 5일 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었지만 잘 넘겼다. 그리고 어제 폭풍처럼 밀려왔던 회의감이 잦아든 후 생각을 정리할 때 깨달은 것처럼 오늘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집중을 하려 노력했다. 손은 여전히 무의식 중에 내 머리나 코를 향해 움직이려 했지만 그 움직임을 의식하며 자제했다. 그동안 나도 모르게 바삐 움직였던 손이 잠잠해지자 집중하는데 별 어려움을 느낄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순수하게 집중하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에 기쁨이 차올랐다.

어떤 일 때문에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도 지금 내가 무엇 때문에 스마트폰을 해야 하는지 분명하게 생각하려 했다. 왜냐하면 특히 스마트폰을 여는 순간 내 시선을 잡아끄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아내가 지나가는 말로 무엇이 필요하다고 했을 때 아마존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관련 상품만 검색하고 정보를 수집한 후 바로 껐다. 그러나 여전히 스마트폰을 들고 화면을 보며 무언가를 하는 일은 내게 두려운 일이다. 다시 스마트폰의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어가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그래도 잘 이겨내고 있다.

저녁에 혼자만의 시간을 비로소 갖게 됐을 때 무엇에 집중을 시작할까 생각하다가 바로 책을 폈다. 손을 까딱 안하고 책에 집중하려 애썼다. 신기하게 집중은 잘 됐고 좋은 인사이트를 많이 얻을 수 있었다. 책을 펴기 전 나의 상태는 별로 좋지 않았다. 방금 아이들과 마지막까지 씨름하며 그들을 잠자리로 보냈던 터라 집중이 될리 만무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집중을 하기 시작하니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된 걸까? 나는 행복감을 느꼈고, 뇌의 보상 체계가 제대로 작동한 것처럼 생각됐다.

그동안 나는 스마트폰과의 싸움에서 계속 패배를 거듭해왔다. 그러나 며칠 후 마음을 다시 고쳐먹고 다시 싸움을 시작했다. 표면적으로는 계속 싸움에서 지면서 이젠 그만 백기투항의 시점이 언제인지만을 따지고, 스마트폰을 내 인생의 동반자, 아니 주인으로 여기고 내 삶을 의탁해야 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실패를 거듭하는 싸움 중에 서서히 나아지는 내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왜 스마트폰을 당장 그만둬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 내가 스마트폰에 중독되어 있는지에 대한 대답,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의 모습이 무엇인지에 대한 대답 등, 여러 대답들을 싸움 중에, 실패를 경험한 후 지속적으로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계속해서 지금까지 찾아온 대답을 재확인하거나 새로운 대답을 발견하면서 나는 내 삶을 살고 있다. 생각하는 삶, 그것은 평범함을 가장한 악을, 일상 가운데 숨어있는 파멸의 단초를 발견하게 한다. 스마트폰은 이러한 생각의 과정을 건너뛰게 하거나 진부한 일로 치부하게 함으로써 내 인생을 서서히 좀먹는 그 무엇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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