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나기!” 9일째가 되면서 스마트폰 사용에 어느 정도 좋은 습관이 밴 듯하다. 스마트폰을 켜기 전에 항상 무엇 때문에 이걸 사용하는지 분명하게 생각하는 습관이 생겼고, 스마트폰을 이용해 필요한 정보를 얻은 다음에는 바로 껐다. 그리고 저녁에 지친 몸을 달래느라 잠시 쉴 때도 스마트폰을 잡지 않는 습관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스마트폰이 없는 저녁에 나만의 루틴이 생겼다. 일단 모두들 자러 들어가면 나는 의자에 앉아 가장 편한 자세로 발코니에서 키우는 반려식물들로 시선을 던진다. 20분이고 30분이고 한참을 쳐다보면서 쉰다. 때로는 반려식물들을 가까이 관찰하면서 쉬기도 한다. 다 쉬었다고 생각되면 책상으로 돌아와서 책을 읽는다. 책을 어느 정도 읽고 나면 몸이 이제는 좀 일어나서 움직일 때라고 신호를 준다. 이 때 아이들이 노느라 어지럽힌 방을 청소하고 샤워를 한다. 그리고 자러들어가기 전 블로그에 글을 올린다. 만약 누군가가 나에게 스마트폰을 마음껏 사용하던 시간으로 되돌아가고 싶으냐고 묻는다면 그럴 생각은 없다고 대답하겠다. 스마트폰을 통해 영상을 몇 시간이고 보고 있던 그 때가 결과적으로 내게는 별로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아직까지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 오히려 지금처럼 단조롭게 쉬고 생활하는 편이 훨씬 낫다.
한국도 더운 날씨가 지속된다고 하던데 독일도 어제부터 더워졌다. 이곳은 햇빛이 굉장히 강한 편이라 조금만 양지에 있어도 뜨거운 태양에 몸이 상할 수 있다. 대신 습도가 굉장히 낮아서 그늘에만 들어가면 더위를 피할 수 있다. 이렇게 더운 날 챙이 넓은 모자 하나를 믿고 조금 무리해서 걷기 운동을 했기 때문이었을까? 저녁에 머리가 조금 아팠다. 그리고 어제 잠을 좀 못 잔 탓인지 몸이 힘들었다. 머리도 아프고 몸도 힘든데 아이들은 그 사정을 알리 없다. 평소처럼 자러 들어가기 전까지 열심히들 논다. 그걸 받아주느라 머리가 더 아파지는 것 같았다. 전에는 이런 상황 이후에 ‘에라 모르겠다. 핸드폰으로 스트레스 풀자!’라는 생각을 분명히 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앞서 말한 루틴대로 나는 자리에 앉아 잠잠하게 반려식물들을 바라보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두통이 조금 가셨다. 머리가 한참 아플 때는 오늘은 청소도 안하고 블로그에 글도 올리지 말고 쉬어야겠다 생각했지만 잘 쉬고 난 후 생각이 바뀌었다. 스마트폰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멍 때리듯 한 곳을 바라보는 시간은 내게 재충전의 시간이다. 가만히 앉아서 멍하게 한 곳을 바라보는 동안 몸도 쉬고, 마음도 쉰다. 잘 쉬고 나니 나는 스마트폰이 없는 저녁 루틴대로 행동할 수 있게 됐다. 긍정적인 루틴은 건강한 삶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나는 이 루틴이 내 삶에 완벽하게 적용됐다고 아직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이 루틴이 나는 점점 좋아진다.